봄
냉이꽃이 피었다가 아니라..
진달래가 너무 많이 피었다.
삼 십여년 전에 내가 근무하던 직장은
아름다운 자연에 빙 둘러싸여서
맘과 눈을 풍성하게 하였다.
동편에 야트막한 산이 있는데 봄이면 진달래가
분홍의 불을 지른 듯 온산을 뒤덮고..
나는 이렇게 작은 스케치북 안에 파스텔로
그 모습을 칠해 넣었다.
여름
정문을 지나 유럽풍 일본식의 본관 건물을 통과하여
잠시 오르면 이렇게 오른쪽에는 운동장이.. 왼쪽편으론
각 용도별 건물들이 차례로 들어서 있고, 그 앞마다 장미꽃이랑
수선화들이 피어있는 화단을 만난다.
가운데로 적당한 길이 나있고
그 길은 교회와 종탑 앞까지 이어졌다.
한 여름엔 늘상 하얀 뭉게구름이 배경으로 흘러가던 곳.
교회 앞, 좌우로 난 오솔길은 또 다른 건물과 연결되고..
가끔 무더운 여름 밤이면 이웃해 있는 수영장에 갔다.
밤새 지치도록 열창하는 개구리의 합창을 들으며..
밤이 깊을수록 더욱 더 총총히 쏟아졌던 별들을 보며..
풀장에 둥~둥 떠 있곤 했었지.
가을
가을.. 동편 건물과 야산 사이 뒷뜰에
이렇듯 울긋불긋 단풍이 겁나게 들어버린다.
작은 파스텔과, 둔한 솜씨는
느낌만을 대강 표시할 수 밖에 없었고.
겨울
근무처의 main건물 남쪽으로 난 창문으로
내다 보면, 언제나 아름드리 수목들이 꿋꿋이 서 있있다.
워낙에 무성한 가지들이어서 나뭇잎을 다 떨구어도
당당한 모습이 전혀 삭막해 보이지 않았다.
잎새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까치집들도 드러나 보이고
저녁이면 가지사이로 주황 빛의 노을이 걸린다.
그 아래 벤취엔 날마다 그곳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끼리끼리 얘기들을 하고 있었지...
저만치 보이는 작은 집이 나와 동료들이 식사를 하던 식당이고,
오른쪽 끝에는 숙소의 담이 약간.. 그 넓은 전역에 유일하게
담장이 둘러쳐져 있던 금남의 집..^^
그곳에서 만나던 사람들.. 풍경.. 그리고 무수한 소리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불과 얼마전 일 같이 떠오르는데..
그 많은 시간들.. 공간을 메웠던 수 많은 형상들..
모두 모두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 냉이꽃이 피었다 *
詩/ 안도현
노래/ 성 바오로의 딸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