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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해외에도 공자를 선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문화원 역할을 담당할 ‘공자학원’을 설립하고 도덕과 평화를 강조하는 외교적 이미지 전파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가 직접 관리하는 공자학원은 공자 사상은 물론 중국어와 중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문화선전 기구다. 공자학원은 2004년 11월 서울에 처음으로 설립된 이후 지난 6월까지 미국, 독일, 케냐 등 60여개국으로 늘어났다. 중국은 앞으로 2010년까지 모두 100여개를 더 세울 예정이다. 중화사상의 모태인 유교를 외국에 전파함으로써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팍스 시니카·Pax Sinica)를 형성해 보려는 속셈도 있다. 일종의 소프트 파워의 전파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또 하나 주목되는 통치이념은 바로 마르크스주의이다. 후 주석은 지난해 11월 공산당 집단학습에서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 구축을 위해선 마르크스주의의 기본원리를 중국의 실제 시대상황과 긴밀히 부합하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창춘(李長春)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데올로기 담당)도 지난해 12월 16일 당 선전 및 이론 담당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공산당 지도부는 마르크스주의 부활을 담은 프로젝트가 중국이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리 상무위원은 또 “당은 마르크스주의 연구에 무제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2005년 12월 20일자 보도) 이처럼 중국 지도부가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강조하는 까닭은 공산주의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집권세력만 공산당일 뿐 사회는 시장경제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이미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등극했다. 때문에 중국을 지배해왔던 마르크스주의는 사실상 폐기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이 같은 마르크스주의의 폐기가 위기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공산당의 정체성이 사라진다면 중국을 그 동안 일당지배해온 통치 논리도 없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은 소련의 해체가 사회주의의 모태가 되는 마르크스주의의 원칙을 저버렸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고 중국이 안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모순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 지도부가 개혁·개방과 경제 급성장으로 비롯된 이념적 공백을 메우고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를 역점 사업으로 삼은 것이다. 후 주석이 올 설에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상징인 옌안(延安)을 찾은 것도 바로 마르크스주의의 부활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04년 1월 ‘마르크스 공정’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공산당 지도부는 그 동안 내부적으로 토론회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26일 마오 전 주석의 탄생일을 맞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스주의 공정에 약 2억위안(한화 260억원)의 자금과 3000여명의 마르크스·레닌주의 학자들을 투입시켰다. 이들 학자는 마르크스주의의 철학·정치학·경제학은 물론, 사회·교육·문화·민족·언어이론 등 전방위적인 연구 성과를 100~150권의 방대한 저작에 담아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선 중국사회과학원에 마르크스·레닌주의 연구원을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마르크스 공정은 공산당 중앙이 직접 지도하며, 책임 부서는 공산당 중앙 선전부가 맡고, 중국 공산당 중앙당 학교, 중국 사회과학원, 국방대학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마르크스 공정은 총 10년으로 계획되어 있으며 매 3년마다 성과를 발표한다. 이 공정의 목표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마오쩌둥 이론,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 등 중국화된 마르크스 이론 연구의 강화다. 둘째, 마르크스와 레닌 저작의 새로운 번역으로 2007년 전까지 10권짜리 마르크스·엥겔스 문집을 출판하고 5권짜리 레닌선집을 펴낼 계획이다. 셋째, 시대적 특징을 잘 반영하는 마르크스주의 학술체계의 건설이다. 넷째, 공통교재 4권, 기초이론 교재 3권, 중점 교재 6권 등 모두 13권의 고등학생용 교재를 펴내는 것이다. 이 교재들은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섯째, 젊은 이론가 등 마르크스주의 연구 인력과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다. 물론 마르크스 공정의 핵심은 심각한 빈부격차 문제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처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 역사상 이처럼 거대하게 마르크스주의 연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르크스 공정은 이미 중국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대학생 전원은 마르크스주의 수업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고교생들은 대학 입시를 치르기 전에 먼저 마르크스주의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이 이처럼 핵심 국가사업으로 마르크스 공정을 추진하자 성시(省市)급에서도 연구원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의 최대 매체인 신화통신과 런민르바오(人民日報)도 각각 ‘홍색의 기억(紅色記憶)’이란 고정란을 두고 사회주의 혁명정신을 고취시키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베이징 국가박물관에서 마르크스 탄생 187주년을 기념하는 관련서적 및 기념품 전시회가 중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열리기도 했다. 공산당 지도부는 그 동안 분출하는 농민 시위와 폭동, 도시 빈민의 확대를 보면서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처할 방법을 고민해왔다. 이를 돌파할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절실한 때 공산당 지도부는 바로 공자의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옛 것을 알고 새 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可以爲師矣)’라는 구절에서 해답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무덤에서 부활한 공자나 마르크스가 21세기에 중국인이 자신을 논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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