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랑/여행하고 싶은 곳

크루즈여행의 모든것

별을 그리다 2009. 7. 8. 10:03

 

Cruise

크루즈|크루즈 여행의 역사

 

 

 
바다위의 낭만, 크루즈 여행

유람선 한 척당 천 명 이상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영장과 카지노, 암벽등반, 인공파도타기, 쇼핑센터, 고품격 스파와 휘트니스, 공연장 등 각종 문화공간 및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떠다니는 특급 호텔’로 불리는 크루즈 여행이 최근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새로운 웰빙투어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휴양과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인데, 저녁에는 수준 높은 공연과 영화 관람 및 선상에 마련된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아침에 기항지에 도착하면 배에서 내려 도시 관광과 쇼핑을 즐기는 방식으로 일정이 진행된다.



최고급 선상에서 즐기는 세계 각국의 요리와 극진한 서비스
기항지에서 접하는 독특하고 이색적인 문화 체험


멋진 이브닝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으로 즐기는 저녁 만찬, 황홀한 석양을 배경으로 음미하는 와인, 쪽빛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을 바라보며 즐기는 일광욕, 매일 밤 펼쳐지는 다채로운 공연과 파티, 기항지에서 접하는 독특하고 이색적인 문화 체험, 커피향 가득한 여유와 극진한 서비스가 기다리는 ‘바다 위의 특급 호텔 크루즈’. 얼마 전 국내에서도 크루즈 여행이 첫발을 내디뎠다. 남해안 연안크루즈인 팬스타허니 호가 처음 운항을 시작한 데 이어, 세계적인 호화 크루즈선인 랩소디 오브 드 시 호도 얼마 전 부산항에 기항해 국내 여행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이 크루즈 여행을 일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만이 즐기는 호화 여행쯤으로 생각하곤 한다. 비싼 경비와 긴 일정 탓인데 주어진 조건을 잘만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가족이나 친구끼리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 상품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지불하는 경비에 숙식(크루즈 안에서는 먹는 게 모두 무료)을 비롯해 선상파티, 게임, 학습프로그램이나 다양한 부대시설 이용 요금이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놀거리,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해 따지고 보면 웬만한 육지 여행보다도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일부 선사를 제외한 모든 요금은 2인 1실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요금이 책정되어 있지만 어린 자녀를 동반할 경우 선사에 따라 무료 승선부터 성인 요금의 30~40%에 해당하는 요금만으로도 여행이 가능할 뿐 아니라 가족 3~4명이 함께 객실을 이용할 경우 세 번째와 네 번째 승객에게는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크루즈 여행은 한 곳을 집중적으로 여행할 수 없다는 점과 여행 도중 일정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짧은 기간에 여러 나라와 도시를 여행할 수 있는데다 최고급 선상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미각을 자극하는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여행보다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크루즈 여행은 꽉 짜인 일정에 맞춰 도시와 도시를 오가는 ‘찍고 오기’식의 무리한 일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혼자만의 여유를 누리며 휴양과 휴식, 관광을 동시에 즐기면 되는 것이다. 수속 절차가 편리하며 짐을 싸고 푸는 번거로움도 없어서 좋다.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는 점과 특급 호텔을 능가하는 수준의 선내 시설에 하루도 빠짐없이 열리는 수준 높은 공연 프로그램과 이벤트도 크루즈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혜이다.
 
 

플로리다의 크루즈 호



휴양과 휴식,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크루즈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철저하고 세심한 사전 준비가 필수


크루즈 여행은 한정된 공간에서 같이 여행 온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따라서 크루즈 여행을 할 때는 오랜 시간 함께 지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사전에 자신의 여행을 철저히 계획해야 하는데, 코스 선택과 예약부터 현지 이동과 관광에 이르기까지 직접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으므로 철저하고 세심한 준비가 필수라 하겠다.


크루즈 여행이 시작되는 출항지나 최종 목적지인 상륙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짧은 시간과 적은 비용을 들여 이상적인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지만, 그에 비해 우리는 현실적으로 시간과 비용 면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주요 크루즈 여행지인 지중해나 북유럽, 미국까지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부터 유람선에 탑승하기 전 현지 숙박과 여행 경비 등 현지인보다 시간적으로 2~3일을 더 투자하고 곱절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여행을 함에도 불구하고 크루즈 여행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돌아오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안타까움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것이 이 책을 펴내게 된 동기이자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크루즈 여행을 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출발에 앞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계획한다면 어떤 여행보다 알차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Cruise

크루즈|크루즈 여행의 역사

 

 

역사 속으로 떠나는 크루즈 여행
밤 10시 취침, 객실 청소도 스스로 하라

 


1
우편물을 싣고 대서양을 횡단하던 배들은 차츰 여객 운송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1920년대 미국의 우편물 운송선 포스터.
2,3 리버풀-뉴욕-보스턴을 운항하던 큐나드 선박의 빈티지 포스터. 5일여 만에 대서양을 건너며 저렴한 가격에 탑승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4 뉴욕을 배경으로 서 있는 퀸 메리호.
5 마우레타니아 Mauretania호. 현재의 모로코와 알제리에 해당하는 아프리카 북부 지대에 대한 로마 시대의 호칭이다.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인에 의해 시작된 항해술의 역사에서 ‘여행객’이 차지하는 페이지는 이제 막 서막을 썼을 뿐이다. 역사 속의 거함들은 대부분 보물섬 혹은 신대륙을 찾아나서거나,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식민지의 자원을 약탈하는 데 사용됐기 때문이다. 군사, 노예, 그리고 이민자로 차츰 그 ‘승객’을 바꾸던 선박들은 이제 ‘여행객’을 대상으로 새로운 ‘블루오션’을 발견한 듯 뛰어들고 있다. 무역과 전쟁의 수단이었던 선박이 이제는 행복을 주는 럭셔리 여행의 수단으로 탈바꿈했다.

승객 운송의 중요성에 가장 먼저 눈을 뜬 것은 대륙과 대륙 사이를 운행하던 1800년대의 이민선들이었다.

최초의 크루즈 선박은 유럽에서 출발했다. 함부르크 아메리카 라인의 프린세스 빅토리아 루이스호(4409톤) 외에 스웨덴의 찰스 4세도 1821년 크루즈 선박을 출항시켰다. 하지만 초기의 크루즈는 오늘날의 크루즈 풍경과는 달랐다. 엔터테인먼트나 이벤트는커녕 선객 스스로 객실을 청소해야만 했다. 1849년 영국의 모든 선박에는 ‘밤 10시 취침’이라는 규칙도 있었다고 한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선내에 실내 전등을 갖춘 ‘시티 오브 베를린호’(1879년), 최초로 실내 수도 시설을 갖춘 6283톤의 ‘노르망디호’(1883년) 등이 등장했지만 크루즈 역사의 중요한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166년의 역사를 지닌 큐나드 Cunard다. 개인 목욕탕이 딸린 최초의 1인용 객실(캄파니아호, 1893년), 선내 최초의 실내 수영장(아퀴타니아호, 1914년)을 설치한 바 있으며 최초의 대서양 횡단 정기 노선을 운항한 것으로도 유명한 큐나드사는 1923년 1월 첫 세계 일주 크루즈도 운항했다.

 

뉴욕의 초창기 크루즈호

 

1만9680톤의 라코니아 2호로, 총 2200여 명의 승객을 싣고 뉴욕을 출발해 4개월간 세계 22개 항구에 들렀다. 대형 선박의 등장을 가능하게 한 기반은 1930년대 터빈 디젤선의 등장이었다. 선박들은 더욱 거대하고 호화로워졌다. 1936년 큐나드 화이트 라인(큐나드사의 전신)은 최초의 8만 톤 이상급 대형 크루즈로 대서양 정기 노선을 운항하는 퀸 메리 Queen Marry호를 진수했다. 1960년대 중반, 큐나드사의 퀸 엘리자베스호와 퀸 메리 2호 선내에는 12명의 벨보이가 있었는데, 그들의 업무는 엘리베이터를 조작하고 레스토랑의 문을 여는 일이었다. 그들은 매일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 일렬로 서서 손톱 검사를 받았다.

 

 



1959년에 찾아온 타격은 크루즈 사업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다. 최초의 대서양 횡단 제트여객기 사업의 시작으로 크루즈 사업은 점차 타격을 입게 되어 많은 조선업체들이 도산하였으며, 전통과 명성의 큐나드 화이트 라인도 위기를 맞아 퀸 메리호는 1967년에, 퀸 엘리자베스호는 1968년에 각각 운항을 중단했다. 존폐 위기에 놓인 각 크루즈사들은 대서양 횡단 노선을 대체할 노선으로 카리브 해에 눈을 돌렸다. 카리브 해를 탈출구로 크루즈 산업은 부활했으며, 캘리포니아 지역은 멕시코 리비에라 지역 크루즈를 위한 본거지가, 밴쿠버는 여름 시즌의 알래스카 지역 크루즈를 위한 중심지가 되었다. 오늘날 세계 최대의 크루즈 선박은 2004년 처녀 취항한 큐나드사의 퀸 메리 2호로, 파리의 에펠탑보다 높은 총 높이 21층에 총 톤수는 15만 톤이다. 스테이블라이저(크루즈 안정 장치)로 롤링(배의 흔들림)을 최소화하여 지상에서 가능한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선상으로 옮겨올 수 있다. 오늘날의 대형 크루즈에는 수영장뿐 아니라 스파도 등장했고, 조깅 트랙은 물론 농구, 테니스, 복싱 경기장이 설치됐으며 인공 암벽 등반, 인공 파도타기도 가능해졌다. 지상의 특급 호텔 못지않은 서비스뿐 아니라 시설 경쟁이 해상에서 일어나고 있다.


크루즈는 '스타일 여행'이다

 

 

크루즈의 품은 바다처럼 넓어서 다양한 스타일의 여행, 그리고 여행자의 다양한 스타일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내 마음의 폭을 조금만 넓히면 된다.

 

 


1 코너에 위치한 코스타 포츄나호의 미니 스위트에서는 두 방향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2 지중해의 볕이 좋은 날, 갑판에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레몬즙이 흐르는 것 같은 2 개의 저쿠지와 수영장.

 


‘기다리고, 기다렸던’이라는 표현을 이럴 때 써본다. ‘크루즈’라는 형식의 여행을 두고 강박이라도 느꼈던 것일까. 일생에 꼭 한 번은 경험해보아야 한다는 과제를 이제야 푸는 것 같았다. 5박 6일 동안 이탈리아·몰타·리비아를 방문하는 코스타 포츄나호를 타기 위해 모항인 제노바 Genova 중앙역에서 사보나 Savona 항으로 가는 셔틀버스 안에서 무척이나 마음이 설레었다. 크루즈에 탑승할 때 누구나 이런 마음이었을 텐데 하선 후의 반응은 ‘내 스타일이야!’ 혹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로 양분된다. ‘여행의 완성’이라고 할 만큼 최상의 여행이라는 극찬과 ‘창살 없는 감옥’이라는 불평이 공존한다. 같은 시간과 공간의 경험을 공유하더라도 그 느낌은 감성이나 태도, 성014격과 성향, 의사소통이나 관계 맺기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크루즈는 ‘스타일’이 중요한 여행이라는 점이다. <도베>와 스타일을 맞춰온 독자들에게 이번 스페셜 스토리는 <도베>가 편애한 이탤리언 크루즈와의 ‘스타일 궁합’을 짐작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Welcome aboard!


감옥? 낙원? 즐기는 자에 달렸다
긴 비행의 피곤을 업고 승선한지라 선실로 들어가자마자 기절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요상하게 기분이 붕붕 떠오른다.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는 여행 가방을 확인하고는 곧장 얼음통에 채워진 샴페인 병과 과일 바구니를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리구리아 해의 미항, 사보나의 멋들어진 시계탑이 저 아래 내려다보이고 상쾌한 바람이 콧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묘한 만족감이 전신으로 퍼졌다. 창문이 없는 선박 내측 선실이나 창문이 열리지 않는 선실에 묵었더라면 폐소 공포를 피하기 위해 일정 내내 수영장 옆 비치 체어나 그랜드 카페의 폭신한 소파를 침대 삼아 떠돌아다녔을지도 모르겠다. 총 1358개의 선실 중 58개의 스위트 외에 발코니가 있는 선실은 464개다. 비용의 부담은 지중해의 태양과 바람 아래 나만의 발코니에서 톱플리스로 누워 샴페인을 마시는 순간 아득히 잊혀진다.

이탈리아,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이어지는 안내방송은 선객 전원을 지정된 구획의 구명보트 앞으로 집합시켰다. 구명조끼 착용 시범과 조난 시 행동 요령에 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이어지는 동안 아침 조회하듯 횡렬을 맞춰 선 선객들은 소풍 나온 아이들 같았다. 진지해지기에는 이 모든 순간이 너무나 즐겁고 유쾌하다. 롤링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기술적으로 진보한 크루즈는 상상 이상으로 쾌적하고 안전하다. 총 2208명을 태웠으나 구명보트는 고작 20척에 불과했던 타이태닉호의 침몰을 계기로 크루즈 선박에는 승선 인원 전원을 수용할 수 있는 구명보트를 구비하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인명 구조, 구명 설비, 유빙 감시, 무선 설비에 관한 기술과 기준도 엄격해졌고, 폭풍이 예고되면 위성의 도움으로 진로를 변경하기 때문에 지상보다 안전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영화 <타이타닉> 같은 재난영화의 공포는 사라지고 영화 사상 가장 로맨틱한 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문제의 신’만 재연되었다.


3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코스타 아트리움은
4 ‘광장’ 같다. 2 루마니아의 ‘댄스 신동’ 조안나.

 


짧은 소집을 마지막으로 크루즈 내에서는 그 어떤 의무 사항도 없다. 이제부터 1조 250억원짜리 보트를 활개 펴고 돌아다닐 수 있는 무한의 자유가 주어진다. 익히 들어온 ‘바다 위의 특급 호텔’ 혹은 ‘궁전’을 살피러 간다. 선미에 위치한 선실을 나선 후 반대편 복도 끝이 까마득하게 멀다. 포츄나호의 규모가 이러할진대 축구 경기장 4개를 합쳐놓은 것만큼 넓다는 세계 최대 규모의 크루즈 ‘퀸 메리 2호’의 내부는 도대체 어떤 광경일까. 코스타 포츄나호가 기항했던 항구의 이름을 딴 총 15개의 데크에는 11개의 바, 4개의 레스토랑, 3층 규모의 극장, 4개의 수영장, 카지노, 디스코홀, 댄스 클럽, 그리고 피트니스 시설을 포함한 웰니스 센터가 모든 선객에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별도의 비용이 드는 곳은 스파와 카지노, 프라이빗 레스토랑 정도인데, 구경은 물론 공짜다.

이번 항해가 ‘풀 북 Full Book’이라니 3400여 명의 손님, 1027명의 크루가 들어찬 선내가 항상 북적이고 복잡하지 않을까.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이 무척이나 중요한 내게는 그런 ‘고립의 박탈’이 두려운 문제였다. 허나 ‘어디서든 적응할 수 있는 자’인 나는 나름대로의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배당과 독서실, 아트 갤러리처럼 일정 내내 파리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 곳도 있고 침 삼키는 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카드룸도 혼자라면 철저히 ‘심심’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공연이나 회의가 없는 시간에 우연히 대극장 ‘시어터 렉스 1932’에 들어갔더니 3층에 걸친 1335개의 좌석에서 한 쌍의 연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연인을 앉혀놓고 무대에 올라 라이브로 한 곡을 뽑는다 해도 누구 한 사람 말리지 않을 것 같다. 아이디어가 있고, 무료 대여가 가능한 공간까지 찾았으니, 사람만 찾으면 되겠다.

여행의 고수들이 먼저 가본

World Famous Cruises 5

 

 

이탈리아에 대한 <도베>의 편애는 이런 식으로 드러난다. 항공사만큼이나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크루즈를 고심하던 중 ‘코스타 크루즈 Costa Cruise’에 시선이 멈추고 만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유럽·남미 최대의 선사는 이탈리아 특유의 도도한 품위, 네오클래식의 화려함이 돋보였다. 마치 이탈리아반도에서 뚝 떨어져 나온 르네상스 제국이 바다 위에 둥실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크루즈’라는 대양을 향한 <도베>의 처녀 취항은 24시간 피자가 구워지는 곳에서 시작됐다.

 


알래스카를 여행하는 최고의 방법 이현주 크루즈 인터내셔널 과장
알래스카는 반드시 크루즈로 여행해야 하는 곳이에요. 육지로는 접근할 수 없는 해안선의 빙하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거든요. 크루즈는 ‘황혼 여행’으로나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친구들이나 부부 동반 모임, 기념일을 위한 이벤트 여행으로 정말 좋겠더라고요. 다양한 선상 프로그램을 내 취향대로 조립하는 DIY의 재미도 가득하고요. 자주 마주치게 되는 담당 웨이터가 다가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저의 식성에 딱 맞는 메뉴를 골라주었을 때의 그 특별한 느낌, 정말 행복했답니다.

크루즈 선사 카니발 알래스카 크루즈 패키지(발코니 객실)
여행 시기와 요금 2006년 7월, 519만원
문의 에이투어스 Atours (02)572-2622,
www.atours.co.kr


아끼지 마시고 추억을 쇼핑해오세요 오경연 여행 매거진 <트래비> 기자
크루즈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문화 체험이었어요. 여유로운 ‘느림’의 미학을 십분 느끼고 돌아왔죠. 이미 많은 돈을 지불했다고 크루즈 여행에서 ‘짠순이’가 되면 여행의 재미가 반감되어버린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고작’ 몇 푼 아끼려고 기항지 관광을 생략하면 정말 후회할 거예요. 저는 선내 면세점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발견하고도 사지 않았는데 나중에 다른 면세점과 비교해보고 땅을 치며 후회한 경험이 있답니다. 이왕이면 선내 사진가들이 찍어주는 기념사진도 구입해서 소장하면 좋은 추억이 될 겁니다.

크루즈 선사 셀러브리티 크루즈 모나크호(7만3000톤) 바하-멕시코 패키지 9일
여행 시기와 요금 2005년 10월, 399만원
문의 로열 캐리비언 & 셀러브리티 크루즈 한국 사무소 (02)737-0003,
www.celebritycruise.co.kr


나를 귀족으로 만들어준 여행 안병산 유한산업(주) 스포츠클럽 그린힐 상무이사
일행과 함께 크루즈 선두의 전망 좋은 곳에서 선상 칵테일파티를 했던 소중한 추억이 다시 떠오르네요. 선두와 객실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정말 끝내주었거든요. 저녁마다 벌어지는 파티는 마치 귀족 신분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만나서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움이었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여행으로 추천합니다.

크루즈 선사 실버시 크루즈 말레이사아·싱가포르 3박
여행 시기와 요금 2005년 3월, 265만원(특별가 적용)
문의 에이투어스 Atours (02)572-2622,
www.atours.co.kr


지중해의 태양과 함께했던 환상의 허니문 원종민(학원 경영) & 정미현(디자이너) 부부
이제까지 몇 번 보지 못한 일출과 일몰을 그것도 지중해 바다에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볼 수 있었어요. 조용히 뜨고 지는 태양이 참 섹시했답니다. 지중해를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탕도 환상적이었어요. 메모리카드가 꽉 차서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었을 때 몰래 USB 장치에 파일을 다운받아준 포토숍 직원의 친절이 기억에 남네요. 신혼여행이니 내내 행복했지만 솔직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선상에서 라면을 먹던 순간이었어요. 언제가 한번 꼭 다시 가고 싶네요. 그때는 기항지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갈 겁니다.

크루즈 선사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지중해 허니문(삼사라 발코니 캐빈)
여행 시기와 요금 2006년 10월, 1인당 340만원
문의 에이투어스 Atours (02)572-2622,
www.atours.co.kr


뻔뻔해질수록 최상의 여행이 됩니다 최보순 (주)지이오시엠유 대표
일주일 동안 생활했는데도 3분의 1밖에 못 본 것 같습니다. 규모가 엄청나게 크더군요. 여행이 끝날 때까지 한곳에서 ‘쭈~욱’ 머무니 레지던스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크루즈 여행에서는 뻔뻔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즐기지 않으면 ‘나 홀로 크루즈’가 되어 마지막에는 패닉 상태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너무 빠져들어 기항지 투어에서 배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겠죠. 세인트 토마스에서 귀선하지 못해 산 후앙까지 비행기로 와서 기다리던 이탈리아 부부를 본 적이 있답니다.

크루즈 선사 로열 캐리비언 크루즈 어드벤처호(14만 톤) 남부 카리브해 7박 8일
여행 시기와 요금 2006년 4월, 549만원
문의 로열 캐리비언 & 셀러브리티 크루즈 한국 사무소 (02)737-0003,
www.rccl.co.kr

 

 

코스타 최대의 '웰니스 크루즈'
콩코르디아호를 투시하다

 

 

 

크루즈가 점점 대형화, 고급화되는 추세에 있다. 슈퍼 베이비로 태어난 동생은 형보다 덩치가 훨씬 커서 가계의 질서를 뒤엎는다. 상상만으로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대형 크루즈의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코스타 콩코르디아 Costa Concordia호’를 투시했다. <도베>가 탑승했던 포츄나호(2003년)보다 어리지만 덩치로는 바로 위형뻘이 되는 코스타 콩코르디아호(2006년)는 코스타 크루즈 선박 중 가장 최근에 진수한 것이다.

 

현재까지 이탈리아의 깃발 아래 항해하는 코스타 크루즈 라인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11만2000톤급 프리미엄 선박이다. 웰빙의 개념을 가미한 ‘웰니스 크루즈 Wellness Cruise’를 표방하며 더욱 넓어진 삼사라 스파 Samsara Spa, 피트니스, 사우나, 터키탕 등 웰니스 공간으로 문을 열면 바로 연결되는 ‘삼사라 캐빈’이 설계되었다는 것이 콩코르디아호의 자랑이다. 콩코르디아호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2년전에 처녀 취항에 나선 자매호인 ‘코스타 세레나 Costa Serena호’를 만나본다는 의미도 있다.

 


Costa Concordia Deck Plan
1 아테네 극장 Athens Theatre 저녁마다 각종 쇼가 펼쳐지는, 최신 음향·조명 설비의 3층 극장
2 외측 캐빈 Outside Cabins 창문이나 개인 발코니가 있는 선실
3 갤러리아 숍 Galleria Shops 의류, 액세서리, 시계 등을 판매하는 부티크 숍
4 유로파 아트리움 Europa Atrium 9층 높이의 공간이 시원하게 뚫린 화려한 중앙 홀. 통유리로 된 엘리베이터가 운행한다.
5 바 유로파 Bar Europa

6 클래식 더블린 바 Classic Dublin Bar 흡연자들을 위한 시가 바
7 레스토랑 삼사라 Restaurant Samsara 웰니스 크루즈를 추구하는 식당
8 레스토랑 로마 Restaurant Roma 2층에 걸친 발코니 레스토랑
9 그랜드 바 베를린 Grand Bar Berlin
10 스톡홀름 스포츠 바 Stockholm Sports Bar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즐기는 스포츠 바

11 카페테리아 헬싱키 Cafeteria Helsinki
12 프라하 라운지 Prague Lounge 회의나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설비가 되어 있다.
13 카지노 바르셀로나 Casino Barcelona
14 리스본 디스코 Lisbon Disco
15 인터넷 포인트 Internet Point

16 비엔나 볼룸 Vienna Ballroom 매일 밤 댄스파티가 벌어진다.
17 피아노 바 부다페스트 Piano Bar Budapest
18 레스토랑 밀라노 Restaurant Milano
19 런던 쇼 라운지 London Show Lounge
20 리도 메디테라네오 Lido Mediterraneo 선미에 설치된 개폐식 지붕 아래 수영장과 저쿠지, 둘레에는 바와 뷔페 레스토랑이 있다.

21 파리스 뷔페 레스토랑 Paris Buffet Restaurant
22 클럽 콩코르디아 Club Concordia 크루즈의 가장 상층부에 있는 예약자 전용 디너 레스토랑
23 스포츠 코트 Sports Court 농구, 배구, 테니스 코트 등이 갖춰져 있다.
24 스콕 클럽 Squok Club 키즈 클럽
25 조깅 트랙 Jogging Track 170미터의 트랙

26 리도 리비에라 마지카 Lido Riviera Magica 수영장, 저쿠지, 데크 체어, 대형 야외 스크린, 라이브 뮤직 바가 있는 중심 엔터테인먼트 공간
27 포뮬러 1 시뮬레이터 Formula 1 Simulator
28 바 스쿠데리아 코스타 Bar Scuderia Costa
29 뷰티 비너스 Beauty Venus
30 삼사라 캐빈 & 스위트룸 Samsara Cabins and Suites
31 삼사라 스파 Samsara Spa 2층에 걸쳐 1900평방미터의 공간을 자랑하는 삼사라 스파는 사우나, 탈라소테라피 전용 풀장, 전용 티 하우스와 휴게실, 피트니스, 저쿠지, 터키 배스 등을 갖추고 있다.

Introduction of Costa Concordia
처녀 운항 2006년 7월
총 톤수 11만2000톤
전장 290미터
전폭 36미터
최고 속도 20노트
총 선실 수 1430개 (발코니 505, 스위트 70)
최대 선객 수 3780명
최대 승무원 수 1100명


 

 

 

코스타에서 만난 11명의 크루
Say "Ciao!" 

 

 

코스타 포츄나호에서 일하는 크루의 숫자만 1027명이다. 자유롭게 선상 생활을 즐기는 선객들 사이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들을 모두 추적할 수는 없었지만 <DOVE>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다정한 크루들을 소개한다.

 


1 실마라 카발칸데 Silmara Cavalcante dhl 10명 애니메이터 Animator
뽀글뽀글한 가발을 쓰고 바닥에 주저앉아 기타를 치는 청년, 댄스홀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뛰어다니며 환락의 댄스를 추는 자, 저녁 만찬 중에 슬그머니 다가와 번개처럼 기념사진을 찍고 사라지는 피에로…. 코스타 크루즈는 이들을 ‘애니메이터’라 명명했다. 퀴즈쇼, 게임 등 선상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하는 그들은 선객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다.

2 페트로프 블라디슬라프 Petrov Vladislav 선원 Sailor (Able Body)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무역선에서 일할 때 인천에서 열흘 정도 머문 적이 있다며 반가워했다. 한눈에도 ‘선원’의 포스가 느껴지는 그는 물과 하늘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는 ‘굿 시맨 Good Seaman’이었다. 흔히 선장이 키를 잡고 항해사가 배를 조종한다고 생각하지만 항해사가 계산한 속도와 방향으로 선박을 작동시키는 것은 오로지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3  안나 마리아 Anna Maria 투어 가이드 Tour Guide
나폴리의 첫 기항지 투어에서 만난 그녀는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반쯤 섞어서 구사하며 연신 “이해해요?”하고 묻곤 했다. 고작 4시간의 투어였지만 20여 명으로 이뤄진 44번 그룹을 인솔하며 꼼꼼한 설명을 잊지 않았다. 투어에서는 ‘가이드’로 만났지만 배 안에서는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예약을 담당하는 크루로 다시 만났다.

4 줄리오 발레스트라 Giulio Valestra 안전 담당 항해사 Safty Officer
전반적인 항해와 기술 업무를 관장하는 항해사 중에서도 안전 담당 항해사는 선박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항해사들은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하루 4시간 근무 후 8시간 휴식을 취한다. 코스타 포츄나호에는 총 6명의 항해사가 승선하며, 최소 2명이 함께 교대로 근무한다. 제복을 입은 항해사들은 바에서 맥주 한잔을 들이켜고 있을 때에도 위엄이 있었다.

5 살바토레 루피노 Salvatore Luppino 총주방장 Executive Chef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크루즈의 주방, 갤리 Galley를 보여달라고 했다. 3400여 명의 선객을 위한 하루 여섯 끼(세끼와 간식)의 식사, 1027명의 크루를 위한 식사를 조달하는 중앙 주방은 하루 종일 한가할 틈이 없다. 모든 음식의 계획과 준비를 담당하는 총주방장 아래 파티시에, 소스 제조 담당, 정육 담당, 뷔페 담당 등으로 영역이 세분되어 있다.

6 세르지오 프레치오소 Sergio Prezioso뮤지션 Musician
로마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그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바다로 나왔다.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까지, 대륙과 대양을 돌면서 그는 매일 3시간씩 레스토랑 ‘클럽 콘테 그란데 1927’의 로맨틱한 선상 무드를 책임지고 있다. 이번 항해를 끝으로 세상 구경을 중단하고 보스턴으로 날아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계획이다.

7 리베리노 리비에치오 Liverino Rivieccio 호텔 디렉터 Hotel Director
선상에서 근무하는 5개월 동안 아침·점심·저녁 하루 세끼를 미켈레 선장과 함께하는, 그야말로 ‘식구’와 다름이 없다. 피렌체 출신으로 수십 년째 크루즈 호텔부에서 경력을 쌓아온 그는 지상 호텔의 총지배인과 같다. 코스타 포츄나호의 1358개 선실을 관리하고 11개의 바, 4개의 레스토랑은 그의 감독하에 일사불란하게 돌아간다.

8 레실레 카스트로 Resile Castro & 엔리코 세라피노 Enrico Serafino리셉셔니스트 Receptionist
 각종 문의와 요청을 처리하는 선객 서비스 데스크는 항상 선객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곳이지만 드물게 두 사람이 한가한 틈을 발견하고 포즈를 부탁했다. 별도로 마련된 데스크에서 처리하는 기항지 투어 업무를 제외한 모든 대고객 사항을 처리하는 이들은 항상 불만과 오해가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인내심과 친절을 잃지 않는다.

9 프란츠 Franz 바 웨이터 Bar Waiter
항상 경미한 롤링이 있는 크루즈 위에서는 층층이 쌓은 접시를 한꺼번에 운반하는 묘기가 매 일 반복된다. 크루즈의 웨이터는 빠르고 정확하고 튼튼해야 한다. 바와 비교해 레스토랑에 웨이트리스보다 웨이터가 많은 이유기도 하다. 매일 만찬마다 옷을 갈아입는 레스토랑 종업원은 손님들과 왈츠를 추고 공연도 하는 엔터테이너 역할까지 겸한다.

10 놀리 바로사스 Noly Barosas 어시스턴트 바텐더 Assistant Bartender
포츄나호의 가장 상층부인 데크 12층에 위치한 바 ‘솔라리움’에서 일하는 그는 이번 항해의 초반부가 꽤나 적적한 편이다. 아직은 차가운 지중해의 공기 때문에 그가 일하는 옥외 바에는 간간이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손님들만 찾아올 뿐이기 때문이다. 코스타 크루즈 선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필리핀 출신의 크루 중 한 사람인 그는 벌써 여섯번 계약을 갱신했다.

11 말론 가르시아 Malon Garcia 외 4명 사진가 Photographer
승선의 설레는 순간에 찰칵, 만찬에 등장한 나폴리 마스크맨과의 기념 촬영, 기항지 투어에서의 한 컷, 포츄나호의 스크린을 배경으로 선장과 함께…. 이런 식의 기념사진을 하루에도 수천 장 촬영하고 현상해 판매하는 8명의 사진가가 포츄나호에서 일하고 있다. 선내에 별도의 현상소가 있으며, 기념사진 판매소에서는 선객을 위한 디지털 사진 프린트도 가능하다. 


 

스타일에 맞는 크루즈 선택을 위한 TIP

 

 

이탈리아에 대한 <도베>의 편애는 이런 식으로 드러난다. 항공사만큼이나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크루즈를 고심하던 중 ‘코스타 크루즈 Costa Cruise’에 시선이 멈추고 만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유럽·남미 최대의 선사는 이탈리아 특유의 도도한 품위, 네오클래식의 화려함이 돋보였다. 마치 이탈리아반도에서 뚝 떨어져 나온 르네상스 제국이 바다 위에 둥실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크루즈’라는 대양을 향한 <도베>의 처녀 취항은 24시간 피자가 구워지는 곳에서 시작됐다.

 

 


1. 목적을 분명히 하라
양손 저울이 필요하다. ‘기항지 여행’과 ‘크루즈 선상 휴양’이라는 두 가지를 올려놓는다. 기항지 관광보다는 선상 휴양의 비중이 높다면 선박의 시설을 꼼꼼히 따져서 선택하자. 기항지 여행이 우선이라면 크루징 코스를 기준으로 선사를 선택하면 된다. 단, 크루즈의 등급이 반드시 소형(2000~2만 톤), 중형(2만~5만 톤), 대형(5만~15만 톤)으로 나뉘는 선박의 규모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호화 크루즈는 소수 정예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소형 선박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작은 도시의 항구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반면 대형 크루즈의 장점은 다양한 스포츠·레저·엔터테인먼트·바·레스토랑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2. 여행 시기와 코스를 따져라
여행의 비중이 더 높다면 운항 코스와 적기를 꼼꼼히 따져라. 지중해 크루즈의 경우는 5~11월 초가 가장 적기이고, 카리브 해는 1년 내내 크루즈가 가능하지만 12월과 2월 사이에 가장 많은 여행객이 몰린다. 북유럽은 5월에서 8월 사이,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알래스카는 5월에서 9월 사이가 좋다. 남극 크루즈는 1~2월에만 운항한다. 크리스털 크루즈, 실버시 크루즈, 리젠트 세븐시즈 등의 호화 크루즈는 매년 1월 초에 3~4개월 일정으로 40개 이상의 기항지를 방문하는 세계 일주 크루즈를 시작한다. 이 밖에도 하와이 지역만 운항하는 ‘아메리칸 하와이 크루즈’, 유럽 리버 크루즈를 전문으로 하는 ‘피터 데일만 크루즈’, 그리스·터키를 중심으로 에게 해를 운항하는 ‘골든선 크루즈’ 등 지역 전문 크루즈도 있다.

3. 캐빈 선택에 유의하라
선실이나 데크의 위치는 크루즈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한다. 소음과 진동이 적고 개인 발코니가 있는 상층 객실을 선택할수록 쾌적하다. 크루즈는 각 층을 데크 Deck로 구분하는데 아래층 선실은 창문이 없고 엔진과 가까워 소음과 진동이 더 많이 느껴지기 때문에 크루용 선실은 주로 아래쪽 데크에 있다. ‘내측 선실’은 창문이 없는 복도 안쪽에 있고 ‘오션뷰 선실’은 창문을 열 수는 없지만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발코니 선실’은 독립된 발코니가 있고, 스위트는 침실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다.


크루즈 여행, 이것만은 ‘꼭’ 준비해라
1. 빠를수록 좋다, 조기 예약
크루즈는 보통 1년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며 적어도 6~2개월 전에는 예약을 확정해야 한다. 조기 예약자에게 적용되는 할인 요금 혜택이 보편화되어 있으며, 선실 업그레이드 등의 부가 서비스도 챙길 수 있다. 코스타 크루즈의 경우 조기 예약자에게 적용되는 프론토 요금 Pronto Price으로 1인당 300~400유로를 절약할 수 있다. 선사에 따라 600만원 이상 고가 상품의 경우 100만원 가까이 할인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2. 젯셋 Jet-Set족으로 변신하라
포멀한 정장 한 벌쯤은 기본으로 하는 크루즈 여행. 때와 장소에 맞는 의상을 준비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젯셋족’, ‘크루즈족’은 더 이상 전용 제트기나 호화 유람선을 타고 세계 여행을 다니는 상류층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기항지 투어를 위한 편안한 신발과 캐주얼부터 이브닝드레스와 보타이, 나이트클럽에 어울리는 섹시한 의상을 한 벌쯤 준비해두자. 또 서양식 테이블 매너와 파티 문화도 익혀두자.

3. 사교의 핵심, 기본 회화를 준비하라
언어는 사교의 핵심 기술이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크루즈 내에서 통용되는 국제 언어 중 하나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크루즈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댄스파티, 요가, 게임 등 선상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 하지만 영어구사에 능숙하지 않더라도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크루즈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경우에는 한국인 인솔자가 동행하여 기본적인 사항을 안내해준다.



입선에서 하선까지, 선상 생활 가이드


승&하선 Embarkment & Disembarkment

승선 시에는 반드시 여권과 티켓을 지참해야 한다. 미리 배정받은 선실로 들어가면 크루즈 내에서 결제 카드 기능과 선실 키 기능을 겸한 크루즈 카드가 있다. 여행 가방에 선실 번호표를 달아두면 입선 시 선실까지 배달해주고 하선 시에도 항구로 배달해준다.

티핑 Tipping
최종 정산 시에 팁과 개인 비용, 부가가치세가 자동으로 부가되므로 카지노를 제외하면 선내에서는 현금이 필요 없다. 선객 1인당 부가되는 팁 비용은 하루 6~8유로 정도. 기항지나 기간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데 객실 메이드, 지정 웨이터와 지배인, 여러 승무원들에게 지불할 팁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시팅 Sitting
중·소형 크루즈는 오픈 시팅 Open Sitting으로 아무 때나 원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할 수 있지만 대형 크루즈는 식사 시간을 나눠서 운영한다. 투 시팅 Two Sitting의 경우 레스토랑, 식사 시간과 테이블뿐 아니라 담당 웨이터까지 정해져 있다. 코스타 포츄나의 경우 First Sitting은 7시부터, Second Sitting은 9시 15분부터 저녁 만찬이 시작된다.

기항지 관광 Excursion
기항지 관광은 2~4시간 투어부터 종일 관광까지, 골프 투어부터 쇼핑 투어까지 다양하며 요금은 별도로 청구된다. 입선 후에 투어 전날까지 예약할 수 있지만 선착순으로 마감하므로 미리 예약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기항지 투어는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시내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 승차권을 구입하여 개별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도 무방하다. 


디테일 서비스와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춘 크루즈 5박 6일간의 승선기
6성급 초호화 선박 크리스털 크루즈에 타다

 

 

 

크리스털 크루즈가 별 여섯 개를 단 초호화 유람선으로 분류되는 것은 다채롭고 기분 좋은 ‘디테일 서비스’ 때문이라는 것이 직접 그 배에서 4박 5일을 푸지게 놀고먹은 자의 결론이다. 크리스털 크루즈는 할 것, 즐길 것 많은 놀이 공원인 동시에 배울 것 많은 바다 위의 아카데미이기도 했다.

당신의 다음 크루즈 여행을 위한 ‘머스트 노must know’ 프로그램 & 팁!

 

 



크루즈의 실내외 풍경. 타이타닉호만큼이나 거대한 배는 하나의 테마 파크에 다름 아니다. 피아노, 댄스, 미술 수업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사람들은 일광욕하고, 책 읽고, 차 마시며 크루즈에서의 느린 시간을 즐긴다. 승객만큼이나 많은 종업원과 스태프는 친근하고 편안한 얼굴로 사람들과 친구한다.

PROLOGUE
최대한 열심히 놀자는 것이 이번 크루즈 여행의 개인 목표였다. 기사의 컨셉트가 ‘크루즈 제대로 즐기는 법’이기도 했거니와 일정이 만만했다. 여행 잡지에서 밥벌이할 때 6박 7일 취재하고 30페이지를 채우던 것과 비교하면 4박 5일 동안 크루즈 타고 4페이지를 채우는 일정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해치울 수 있을 만큼 쉽고 느긋한 ‘미션’이었다. 사실, 크루즈를 타는 일정이 내심 반갑지만은 않았다. 수년 전, 크루즈라 할 만한 거대 여객선을 타고 헬싱키에서 스톡홀름으로 넘어갔는데, 당시의 기억이 썩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는 객실에서도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질 만큼 심하게 출렁였고, 필시 엔진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에 분명한 웅웅거림은 배 안에 있는 내내 속을 메스껍게 했다. 물론 그 배의 모든 객실이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예산상의 이유로 발코니도 없이 딱 책받침만큼 작은 유리창이 전부인 좁고 싼 방에서 투숙한 것이 문제였다. 어쨌거나 나는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작은 방에 갇혀 우울했다.

출장 가기 전 크리스털 크루즈 관계자를 만나 넌지시 그 이야기를 꺼냈다. 내심 좋은 방을 배정해달라는 무언의 압력이기도 했다. 지적만 당했다. “배는 이동을 위한 여객선과 관광을 위한 크루즈로 나눌 수 있는데, 그 배는 이동을 위한 여객선이므로 크루즈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크루즈에도 등급이 있다. 흔히 실버시 크루즈와 크리스털 크루즈, 리젠트 세븐시즈를 6성급으로 친다. 코스타 크루즈와 스타 크루즈, 로열 캐리비언 크루즈 등은 ‘레귤러’ 크루즈로 통한다. 더욱이 크리스털 크루즈는 여행지 <트래블 & 레저>가 11년 연속 세계 최고의 크루즈로 꼽았을 만큼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서비스가 강점이다. 걱정 마시라. 만족할 것이다. 잘 다녀오시라.”

ARRIVAL 공항에 도착, 크리스털 크루즈사에서 파견한 직원이 ‘LUXURY MAGAZINE’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우리 말고도 몇몇 무리가 더 있다. 그들의 여행 트렁크에는 하나같이 ‘Business Class’ 태그가 붙어 있다. 이야기를 듣자니 워싱턴에서 온 할머니 할아버지, 40년 결혼기념일을 자축하기 위해 온 중년의 부부 등이다.

하버시티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는 컸다. 전장 238.1m, 전폭 30.2m, 무게 5만1000톤. 딱 타이타닉만큼 큰 몸집이다. 그 배에 승무원 545명, 승객 940명이 탄다. 승무원 1인이 책임지는 승객의 비율은 채 2명이 안 되는 셈이다. 리셉션에서 간단한 등록 수속을 마친 후 짐 없이(모든 짐은 객실로 배달된다) 선박으로 입장한다. 혹시라도 선박으로 오르는 길을 잃을까 5~10m를 사이에 두고 안내 직원이 서 있다. 입구에서 간단한 기념 촬영을 한 후 마침내 선박 안으로 첫발을 디디면 10여 명의 직원이 일렬로 서 환영 인사를 건넨다. 직원은 입장하는 승객 한 명 한 명과 동행하며 선체의 구조를 설명한다. 라운지와 콘시어지 센터, 극장, 카지노 시설, 이탤리언 레스토랑, 재퍼니즈 레스토랑, 비스트로, 탁구와 조깅을 즐길 수 있는 야외 덱, 바, 야외 풀장, 스파 센터, 피트니스 센터, 패들 테니스 코트, 드라이빙(골프) 연습장, 카페, 도서관, 강의실, 무도회장, 카페 등등 호사와 휴식을 위한 모든 것이 엔진실을 제외한 5~12층에 알알이 박혀 있다.

우리는 크루즈 곳곳을 수사하듯 탐방한 후 포시즌스 호텔에서 딤섬을 먹고 페닌슐라 호텔을 구경했다. 홍콩은 김승옥의 <무진기행> 속처럼 뿌옇고 그 뿌연 풍경 안쪽으로 크리스털 크루즈가 환영처럼 서 있었다. 다음 날 저녁 6시, 크루즈는 긴 기적 소리를 울리며 홍콩 항을 출발했다. 일본 고베와 히로시마를 지나 상하이와 다롄, 톈진을 찍고 마침내 상하이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총 12일간의 여정에 붙은 타이틀은 ‘Treasures of the Orient’! 크루즈는 ‘동양의 보물들’을 찾아 유유히 미끄러졌고 11층의 야외 덱에서는 항해의 시작을 축하하는 칵테일파티가 열렸다.


ON THE BOARD I 크루즈에서 맞은 아침은 평온했다. 배는 요동치지 않고 차분히 전진했다. 아침 8시, 전날 밤 미리 신청한 아침 식사가 도착한다. 원하는 메뉴를 체크해 당일 새벽 3시까지만 메뉴표를 문에 걸어두면 원하는 시간에 정확히 아침 식사가 배달된다. 아침 6시부터 정오까지 어느 때든 상관없다. 베란다의 테이블에 앉아 수면 위로 부서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즐기는 시간은 크루즈 여행이라면 꼭 한번 누려보아야 할 작은 사치다. 쫓기듯 사는 일상은 바다 구경은 물론 여유로운 아침 식사 시간마저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시간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음미할 수 있다는 건 크루즈 여행의 특혜다.

참고로 크루즈에서는 모든 것(단 와인은 제외)이 공짜다. 아침 룸서비스도, 미니 바에 있는 음료수도, 골프와 필라테스 수업도,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도 추가 비용을 내지 않는다. 시애틀에서 온 조지프Josef는 “지갑 챙기는 번거로움 없는 것이 크루즈 여행의 장점이다. ‘배 삯’만 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다”고 했다.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말은 크리스털 크루즈의 프로그램을 보건대 참으로 적확한 말이다. 크루즈에서의 일상은 오전 7시부터 시작한다. 바다를 향해 뻥 뚫린 7층의 야외 덱에는 나무를 깐 조깅 트랙이 이어지는데 이곳에서 피트니스 디렉터인 게리Garry와 아침 조깅을 한다. 조깅이 끝나면 또 한 명의 피트니스 디렉터인 폴Paul의 스트레칭 수업이 이뤄진다. 맨손으로 아령을 들고 몸을 푸는데 날이 좋다 싶으면 폴은 어김없이 야외 수업을 제안한다. 헬스클럽에서 땀을 빼고 밖으로 뛰쳐나와 뛰고, 달리고, 푸시업하는 기분은 마음 깊숙이 들어오는 바닷바람과 더불어 상쾌하다.

수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골프 연습장에서는 PGA 티칭 프로인 조 허버트Joe Herbert가 골프 클리닉을 진행하며, 라운지에서는 게이코 야마무라Keiko Yamamura가 고베 여행을 위해 간단한 일본어 회화를 가르친다. 스파 센터에서는 뉴욕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조너선Janathan이 ‘치아 화이트닝’에 대해 설명하며, 클럽 라운지에서는 로안나 야프Roanna Yapp, 고란 심프라가Goran Simpraga가 컨템퍼러리 댄스 강의를 한다.

개인적으로 사랑해 마지않던 클래스는 야마하 피아노 수업이었다. 본체에 저장된 음에 맞춰 흰 건반, 검은 건반을 딩동딩동 치기만 하면 되는데 이 간단한 손놀림이 피아노 연주를 일상의 로망으로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묘한 설렘과 감동을 안겨준다. 더욱이 예닐곱 명의 나이 지긋한 동기가 함께 피아노를 배우고, 의자 맞은편 창으로는 푸른 바다가 넘실대므로 피아노 치는 맛은 제대로 가슴에 와 박힌다.

사뭇 진지한 강의 역시 선박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국제 정치 전문가인 마이클 볼Michael Boll은 ‘이란의 위협’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영화 비평가인 잔 월Jan Wahl은 ‘세계 최고의 영화 128선’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많은 강의에 전부 참석하든, 단 하나도 참석하지 않든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더욱이 크리스털 크루즈는 강연 내용을 녹화, 방 안에 있는 TV에서 재방송까지 해주므로 강연 참석에 관한 압박은 전혀 느낄 필요가 없다. 다만, 배우는 즐거움은 곤고한 일상과 비례해 더욱 크고 신선하게 다가오므로 이왕이면 많은 ‘교실’에 참석해볼 것을 권한다.


ON THE BOARD II 크리스털 크루즈 여행의 성패는 저녁 7시쯤 객실 밖에 꽂히는 ‘리플렉션스reflections’에 있다. 총 8페이지 정도의 미니 신문에는 다음 날 진행될 주요 행사와 이벤트, 날씨와 항해 정보 등이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앞서 강연의 종류와 내용에 대해 가열차게 설명했지만, 크루즈에는 편안한 캐주얼 차림으로 즐길 수 있는 말랑말랑하고 하늘하늘한 일정과 이벤트도 많다(그 내용을 ‘리플렉션스’에서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선박 곳곳에는 크고 작은 미술품이 수없이 걸려 있는데 이는 올해 처음 시작한 ‘디스커버 아트Discover Art’ 프로그램으로 내선만 누르면 아트 디렉터인 조지 메이클George Meikle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할리우드 극장에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최신 화제작을 상영하고, 런던의 음악 잡지인 이 ‘놀라운 재능’이라 칭송해 마지않은 러스템 헤이로우디노프Rustem Hayroudinoff는 저녁 8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감미로운 클래식 고전을 피아노로 연주하며, 17년간 캐리커처를 그리는 그레그Greg는 승객의 얼굴을 그려 선물한다. 꼭 참석해보아야 할 이벤트는 오후 2~3시쯤 시작하는 ‘애프터눈 티타임’이다. 티타임은 매일 주제가 다른데 인상적인 것은 ‘모차르트 티타임’. 모차르트의 음악과 인생을 음미하는 시간답게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는 모두 중세 시대의 복장을 입고 차와 다과를 서빙하며, 밴드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한다. 스트로베리 타르틀레트Strawberry Tartelette, 비엔나 애플 슈트루델Vienna Apple Strudel, 얼그레이 오거닉, 프로방스 티 등 10여 가지가 넘는 페이스트리와 차를 정성스럽게 서빙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크리스털 크루즈가 자랑하는 ‘디테일’이 어떤 것인지 알 듯하다. 문득 어떤 식기를 사용하나 궁금해 찻잔들을 뒤집어보니 독일의 ‘빌레로이앤보흐Villeroy&Boch’와 ‘영국의 웨지우드Wedgwood’다.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또한 한없이 빵빵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크리스털 크루즈는 여느 크루즈에 비해 레스토랑에 신경을 쓰는데, 그 증거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부 마쓰히사의 일식 레스토랑 ‘실크로드SilkRoad’와 발렌티노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프레고Prego’다.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런던과 도쿄에서 50~100만 원의 비용을 들여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이곳에서는 무료로 즐길 수 있으니 사람들은 이곳에서 느린 만찬을 즐긴다.

각종 프로그램의 내용과 일정을 미리 인지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바다 위의 천국’은 천천히 미끄러지므로 마음은 풍경화를 볼 때처럼 여유롭고 편안해진다. 그리고 그런 심정으로 즐기는 독서와 낮잠은 오랜만에 제대로 쉰 것 같은 충만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선베드 의자에 누워 들은 잭 존슨의 기타 음악, 박완서의 따스한 산문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마지막 팁! 크루즈로 가는 여행 가방에는 당신의 옷장에서 가장 샤방샤방하고 멋들어진 의상 한 벌을 꼭 챙겨가야 한다. 크리스털 크루즈 여행에는 하루하루 정해진 드레스 코드가 있어 레드 카펫을 밟는 영화배우처럼 한껏 멋을 내야 하는 날이 있는데, 이날 승객의 99%는 객실에 도착하자마자 고이고이 모셔둔 정장을 꺼내 입는다. 남성의 90% 이상이 아르마니 스타일의 수트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여성의 90% 이상이 하늘하늘 롱 드레스를 입은 ‘그날 밤’은 이번 크루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던 순간이다.


사진가가 묵은 9003호. 그리고 바깥에 걸린 리플렉션스. 총 8p 정도의 소식지 안에는 다음 날 크루즈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와 이벤트가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다. 로비에서 피아노 연주를 듣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야외 덱에서 수영을 즐기는 시간은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디자인하면 된다.

EPILOGUE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크루즈는 가깝고도 먼 여행이다. 많은 이들이 물빛, 바람 내음으로 눈부신 그 여행을 흠모하지만 정작 크루즈에 오르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생각건대, 크루즈의 장대한 규모와 면면에 압도돼 크루즈란 단어에서 약간의 불편함과 부담감을 느끼는 것일 수 있겠다. 왠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할 것 같고, 왠지 반드르르한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온 종일 목에 힘주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리스털 크루즈에 탑승하는 여정이라면 이러한 부담감과 불편함을 느낄 필요가 없다. 영어는 리플렉션스의 다음 일정을 확인할 정도면 충분하고, 목에 힘주어야 하는 시간은 10일 여정을 기준으로 반나절 정도면 충분하다. 크리스털 크루즈에는 세심하고 다채로운 이벤트와 프로그램이 무성하므로 그저 열심히 하나하나 즐기면 된다. 열심히 쉬고 열심히 놀다 보면 배는 어느덧 다음 기항지에 거짓말처럼 닿아 있을 것이다. 나와 사진가가 고베에 내려 서울로 돌아올 때 많은 이들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고베 쇠고기를 먹으러 나갔다. 톈진에서, 상하이에서도 그들은 기분 좋은 외출을 즐긴 후 다시 크루즈에 승선할 것이다.

동양의 보물들을 보고 온 나는 이제 지중해 크루즈를 경험하고 싶다. 크로아티아의 듀브로그니크를, 튀니지의 튀니스를,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을 미끄러지는 크루즈의 아름다움을 나는 차마 상상할 수조차 없다. 객실에도, 피트니스 클럽에도, 무도회장에도, 레스토랑에도, 스파 센터에도, 야외 덱에도 천국처럼 눈부신 봄의 빛깔은 가득할 것이므로 그곳에서의 시간은 몽롱하고 혼연할 것이다.

느리게 가는 만큼(물론 비행기와 비교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생각하게 하는 크루즈의 리듬. 그 여유로운 리듬이 이 봄, 벌써 다시 그립다.

코스타 크루즈 기항지 3
지중해를 20노트로 가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전혀 다른 세상으로 가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이 이루어졌다. 코스타 포츄나호 위에서 아침을 맞을 때마다 나폴리, 몰타, 리비아에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커피를 마시거나, 일광욕을 하거나, 슬롯머신을 당기는 동안에도 여행은 멈추지 않았고, 여정의 체감 시간은 고초속 인터넷망보다 빨랐다.

5박 6일의 짧은 일정 동안 짐 한 번 꾸리지 않았지만 유럽에서 아프리카까지, 지중해를 종단했다.

 


여행 기자의 입을 달고 ‘예약 문화’를 정착시켜야 된다면서 당일 술 모임 제안에 튕기기도 하지만 사실 나를 위한 여행에서는 항상 ‘막차’를 타곤 한다. 크루즈의 기항지 투어마저도 대학 입시생의 눈치작전처럼 이제 막 닫히려는 투어 데스크의 문을 부여잡고 마지막 예약을 넣었다. 용단이 빠르지 못한 자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은 역시 ‘선착순’에서 밀려나는 것인데, 담당 매니저와의 미팅 결과는 매우 흡족했다. ‘늑장의 죗값’으로 가장 기본적인 시내 투어를 선택했는데, 이 투어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항상 가장 높다는 것이다. 역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육지에 안착했다.

1 첫 번째 기항지인 나폴리는 예로부터 ‘나폴리는 보고 죽어라’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다.
나폴리 성 프란체스코 교회 앞 광장.
2 나폴리에서는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인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Excursion 1 Napoli, Italy

베수비우스 산 아래 정박하다
‘이탈리아 제1의 항구 도시 제노바’에서 아주 가까운 사보나에서 승선한 후 먹고 자고 놀다 보니 어느새 ‘이탈리아 제2의 항구 도시 나폴리’에 와 있었다. 저 멀리 폼페이를 멸망시키고 지금도 지구상 가장 위험한 활화산 중 하나인 베수비우스 Vesuvius 산이 보였다. 전날 밤 선실의 우편함으로 배달된 티켓을 들고 오후 1시쯤 집합 장소로 가니 그룹을 배당해준다. 영어로 ‘네이플즈 Naples’인 나폴리는 네오폴리스(Neopolis), 즉 신도시라는 뜻이다. 바다 위에 세워진 듯한 ‘달걀성’이라는 뜻의 카스텔 델로보 Castel Dello’Ovo와 ‘새로운 성’이라는 뜻을 가진 나폴리의 상징, 카스텔 누오보 Castel Nuovo를 스쳐 지나 플레비스키토 광장에 도착했다. 스페인 지배 시대의 유물인 레알레 왕궁 Palazzo Reale 앞에서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인파를 뚫고 거대한 유리 돔이 웅장한 움베르토 1세 갤러리에 들렀다가 이탈리아의 3대 오페라극장 중 하나인 산 카를로 극장을 지나 산 프란체스코 다 파올라 교회로 들어갔다.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숨가쁜 일정은 단 4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보여줄 것이 많은 도시를 정신없이 받아들이다 보니 소화불량에 걸린 것만 같았다. 광장 옆 카페에서 마신 에스프레소 한 잔이 소화제 역할을 했다. 다시 그룹을 태운 버스도 속이 좋지 않은지 나폴리 항(구 산타루치아 항)이 아닌 반대편을 조망할 수 있는 언덕에서 두어 번 관객을 토했다 다시 삼키더니 다시 포츄나호로 돌아왔다. 폼페이 Pompeii, 카프리 Capri 섬, 헤라클라네움 Herculaneum, 솔파타라 분화구 Solfatara Crater, 베수비우스 산 분화구, 소렌토로 흩어졌던 선객들이 오후 5시가 되자 모두 무사 귀환했다.

3 미처 이름을 듣지 못한 멋진 기마상. 무명이어도 좋다.
4 우연히 목격하게 된 교회의 결혼식. 이 순간 부부로 탄생한 그들은 키스를 나누었다.

나폴리 항을 떠날 때쯤 시작된 이날 저녁 만찬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던 풀코스의 식사가 후식만을 남겨놓고 있을 때쯤 갑자기 ‘오 솔레 미오’와 ‘산타루치아’가 흘러나왔다. 선객들은 일제히 식사를 멈추고 ‘오 솔레 미오’를 합창하더니 마지막 후렴에서는 냅킨을 흔드는 의식으로 나폴리에 작별을 고했다. 음악은 계속 이어졌고 이번엔 웨이터들이 뛰어들어 여성 선객들에게 춤을 청했다. 급기야 사람들은 서로의 허리를 잡고 긴 행렬을 만들어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녔으며, 2층 테라스에서는 웨이터들이 짧은 댄스 공연을 선보였다. 10여 분간의 깜짝 이벤트가 끝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시침을 뗀 만찬이 다시 이어졌고, 이틀째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1 안개 속에서 더욱 신비로운 라 발레타 항구에 정박한 코스타 포츄나호.
2 문은 부유한 사람들이 자신을 과시하던 수단이기도 했다. ‘신사의 도시’라는 별칭과 잘 어울리는 몰타의 수도라 발레타의 한 주택 현관.
3 열린 문 사이로 포착한라 발레타의 풍경. 나라 전체가 유네스코 지정의 세계문화유산이 된 이유를 알겠다. 

Excursion 2 La Valletta, Malta

지중해의 안개에 갇힌 신사의 도시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광경이었다. 천혜의 항구로 이루어진 몰타 Malta의 수도 ‘라 발레타 La Valletta’의 첫인상은 너무나 완벽한 고대 도시의 모습이라서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보일 정도였다. 크루즈 최고의 명당인 브리지 안에서 우리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도시의 풍경에 아이맥스 영화를 보듯 빨려 들어갔다. 이 도시의 파고 높은 역사는 나라 전체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일 만큼 인상 깊은 유적들을 남겨놓았다. 6개의 섬 중에서 가장 크다는 몰타 섬은 제주도의 6분의 1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잠시 버스를 타고 라 발레타의 중심부에 도착하면 도보 여행이 가능하다. 그런데 첫 번째 장소인 18세기 바라카 정원 Barracca Gardens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는 그만 일행을 놓쳐버렸다. 여행객은 많았고 도시는 작았다. ‘몰타 거석 사원’ 투어나 ‘엠디나 요새와 모스타 교회’ 투어가 인기가 없었는지 지프 투어를 선택한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라 발레타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 같았다. 그 북새통 속에서 아름답고 흥미로운 골목골목에 이끌려 한 눈이 아니라 두 눈(두 사람이었으니 네 눈)을 다 팔아버리고 결국 가이드를 놓쳐버린 것이다. 어차피 최종적으로 만날 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으니 우리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잊고 셀프 투어에 나섰다.

카라바지오 Caravaggio의 걸작이 있는 성 요한 대성당(1577년), 성 요한 기사단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몰타 기사단장의 저택 대신 우리가 선택한 것은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노천카페에서 생맥주를 홀짝이는 여유였다. 그렇게 앉아 사람 구경을 하고 있으니 예정된 4시간이 소멸하는 길에 홀연히 지나가는 우리 팀이 보였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열에 합류하여 귀선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배는 바로 떠나지 않았다. 최고의 타이밍을 계산한 듯 해 질 녘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갑판 위로 나와 몰타의 아름다운 풍경과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여전히 자욱한 안개 사이로 어둠이 스며들자 500년 전 고택에서, 2000년 전 거리에서 따뜻한 불빛이 올라왔다.

1 18세기에 만들어진 바라카 정원에서는 라 발레타 항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2 아프리카 리비아에 세워진 로마의 도시 ‘렙티스 마그나’의 원형경기장. 지중해를 끼고 있다.

Excursion 3 Leptis Magna, Libya

검은 대륙에 물든 유럽의 흔적
공기가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보니 아프리카 대륙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지중해와 맞닿은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트리폴리 Tripoli 항에 도착한 것은 이른 아침이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프리카의 태양이 둥실 떠올라 있었다. 아침 8시경부터 오후 5시경까지 거의 하루가 걸리는 렙티스 마그나 Leptis Magna 유적지 투어를 선택하고 버스에 탑승하자 잠시 후 영어 가이드 다이앤 Dainne이 다가왔다. 트리폴리에서는 사진 촬영을 하려면 촬영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부터 옥신각신이 없지 않았는지 이 ‘수금’은 도시의 룰이고 본인도 예외가 아니라고 거듭 설명하니 다들 고분고분하다. 아프리카에 남겨진 로마제국의 유적지로 가고 있음을 이런 일에서 느낀다. 로마에 왔으니 로마의 법을 따를 수밖에. 카메라 한 대당 12유로를 내고 발급받은 코스타 스티커를 카메라에 정성껏 붙였다.

1렙티스 마그나 박물관의 인물상 중 가장 오똑한 콧날을 지닌 인물상. 남아 있는 유물은 볼품없다.
2 리비아는 사하라 사막을 끼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큰 나라다.


기원전 4세기부터 형성된 렙티스 마그나는 로마 시대에 아프리카의 금, 상아, 노예와 농산물 등이 집결하여 유럽으로 갈 채비를 하던 길목이었다. 로마가 아프리카에 남겨놓은 가장 소중한 보석이라고 할 만큼 이곳은 고대 로마의 건축과 도시 설계를 보여주는 거대한 유적이 남아 있다. 물론 모든 것이 2000년 전의 어렴풋한 흔적이고 대책 없이 쌓여 있는 돌무더기의 집합이지만 아름다운 원형극장과 로마의 욕장 다음으로 규모가 큰 하드리안 욕장 Hadrian’s Baths, 불완전함이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정교한 조각상의 잔해들이 펼쳐져 있다. 특히 해안가에 건축된 거대한 원형경기장은 수평선을 배경으로 압도적인 장관을 보여주었다. 유적지에서 멀지 않은 해변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철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조화롭지 않은 이 ‘금속 길’의 정체는 이탈리아 지배 시절 유물을 약탈해가기 위한 도구였다. 얼마나 많은 로마의 유물이 기차를 타고 바다를 건너 빠져나갔을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유적지 바로 옆에 있는 박물관의 초라한 행색과 부실한 전시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투어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사실 시시하지만, 그 이유를 생각하면 불평 대신 씁쓸함이 몰려온다. 바티칸 박물관, 대영박물관, 루브르 박물관이 번성한 이면에는 항상 이런 그늘이 존재했었다.

3 렙티스 마그나 유적지 입구의 커다란 문은 가장 많은 복원 노력이 보이는 곳이다.
4 코스타 포츄나호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인 사보나 항을 선실에서 바라보았다.

로마가 아닌 리비아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즐거웠다. 주차장에 세워진 커다란 텐트는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천막보다 화려했다. 리비아 사람들이 먹는 토속 음식이 테이블마다 속속 날라져왔다. 사하라 사막으로부터 먼 길을 날아와 텐트 안으로 무단 침입한 모랫바람이 닭고기 좁쌀밥을 덮치고 입 속까지 들어와 서걱거렸지만 음식은 맛있었다. 사막의 모래는 렙티스 마그나가 지금의 상태로 보존될 수 있게 해준 효자다. 전통 의상을 입은 한 무리의 공연단이 연주하고 춤추는 동안 천천히 음미한 무화과 설탕 절임은 일품이었다. 어딘가 ‘짱박혀’ 오수를 즐겼음이 분명한 버스 운전사의 실종으로 일행이 한동안 우왕좌왕했던, 아프리카스러운 해프닝 끝에 21번 그룹은 안전히 귀선할 수 있었다. 멀리서 항구에 서 있는 포츄나호를 발견하니 마치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아프리카 대륙을 밟고 땀깨나 흘렸으니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남은 샴페인을 비웠다. 그러는 사이 이 커다란 배는 ‘요술 램프의 지니’처럼 나를 이탈리아의 사보나로 데려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