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제 오늘 내일/얼굴이 보고싶다

세월이가면---박인환 (반주:끝이없는 길)

별을 그리다 2006. 3. 29. 00:48

 
 
1956년 이른 봄. 전란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어느 정도 복구되어 제 모습을 찾아가는 명동 한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경상도집」에 몇 명의 문인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침 그 자리에는 가수 羅愛心(나애심)도 함께 있었는데, 몇 차례 술잔이 돌고 취기가 오르자 일행들은 나애심에게 노래를 청했다. 그러나 나애심은 노래를 하지 않았다. 朴寅換(박인환)이 호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즉석에서 시를 써내려갔다. 그것을 넘겨다보고 있던 李眞燮(이진섭)이 그 시를 받아 단숨에 악보를 그려갔다. 그 악보를 들고 나애심이 노래를 불렀는데, 그 노래가 바로 「세월이 가면」이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의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비가 올 때도/나는 저 유리창밖/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사랑은 가고/과거는 남는 것/여름날의 호수가/가을의 공원/그 벤취 위에/나뭇잎은 떨어지고/나뭇잎은 흙이 되고/나뭇잎에 덮여서/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의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어/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한 시간쯤 지나 宋志英(송지영)과 나애심이 자리를 뜨고,테너 林萬燮(임만섭)과 명동백작이라는 별명의 소설가 李鳳九(이봉구)가 새로 합석했다. 임만섭은 악보를 받아들고 정식으로 노래를 불렀다. 
 
       

                                       

 

세월이 가면/박인환(1956년 씀)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날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핵심정리
감상 : 박인환의 시작(詩作) 활동 마지막 시기의 것으로 {목마와 숙녀}와 함께 대표작으로 꼽힌다.이 시는 전쟁을 통해서 맛본 비운과 불안함에서 비롯되는 좌절감과 상실감을 노래하고 있다. 잃어버린 기억을 더듬어 보헤미안처럼 고뇌하고 방황하는 시인의 찢긴 삶의 모습이 도시적 이미지를 통해 간결하게 드러나고 있다.

◈ 성격 : 도시적, 감상적 회고적
◈ 특징 : 도시적 감상주의와 보헤미안적 기질, 허무주의
◈ 표현 : 이미지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설적인 내면 정서 표출
◈ 구성 :
① 상실의 슬픔(1연)
② 옛날의 추억(2연)
③ 삶의 허무함(3연)
④ 상실의 슬픔(4연)
◈ 제재 :'그 사람'의 상실
◈ 주제 :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의 슬픔.
◈ 출전 : 박인환 시선집, 1955

연속듣기